선(善)의 반대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악이라고들 대답하겠지. 하긴 어느 정도 맞을 수도 있다. 언어라는 것은 시대적 특성을 가지고 있으므로 변하는 것이니깐. 확실히 지금은 거의 착하다는 의미로 통용되는 것 같다.

그러나 고문(古文)을 살펴보면 ‘선’이라는 저 글자는 원래 ‘좋다’의 의미로 더욱 많이 쓰였다.
그래서 ‘착하다(선)’의 반대는 ‘불선(不善)’이다. 그럼 원래 사용되던 ‘좋다’라는 의미로 쓰였을 때의 반대말은 무엇일까? 우리가 악으로 잘 알고 있는 ‘오(惡)’이다. 미워할 ‘

즉, ‘좋다(선)’와 ‘미워하다(오)' 그리고 ‘착하다(선)’와 ‘착하지 않다(불선)’이 한 세트다.


잠깐, 2500년전에 씌여진 지혜서 노자(老子)의 도덕경(道德經)을 보자. 노자는 다음과 같이 말한다.

動善時(동선시) – 움직일 때는 시기가 좋아야 한다. 혹은 좋은 시기에 움직여라... 등의 뜻이다.

 

희망은 절망이 있어야만 존재할 수 있다는 사실은 아는가? 희망이라는 개념은 절망 가운데서만 나올 수 있다. 처절하게 절망하고 좌절하지 않을때는 희망의 의미가 퇴색해 버리는 것이다. 어쩌면 희망이란 단어가 아예 존재하지 않을수도 있다.

이렇게 생각하고 보니, 이 세상의 모든 것들이 그런식으로 존재하는 것 같다.

다시 한번 노자(老子)의 한 부분을 살펴보자. 

長短相較 高下相傾 (장단상교 고하상경)
 2500년 전에 노자는 이렇게 말한다.  “길고 짧음은 서로 겨루며, 높음과 낮음은 서로 기울여보고, ”

별 것 아닌 말 같지만, 참으로 진실인 듯 하다. 내 키가 크다고 말하기 위해서는 나보다 작은 놈이 존재해야 하고, 저 건물이 높다라고 말하기 위해서는 그 건물보다 작은 건물들이 존재해야만 높다고 말할 수 있는 것이다.

생각해보니 모든 것이 상대적임에서 오는 듯 하다.

“나는 가난하다” - 나보다 돈 많은 사람들에 비해서 돈이 없다는 것이다.
“나는 키가 작다” – 나보다 큰 놈이 존재해야 내 키 작음이 성립되는 것이다. 
“이것은 뜨겁다” – 이것보다 차가운 것이 존재하지 않는다면 뜨거움이란 존재할 수 없다.


내가 말장난을 하고 있다고 생각하는가? 세치 혀로 당신을 현혹하기 위함이 아니다. 상대성을 말할 뿐이다.


그런 관점에서 보자면...  ‘악마’는 필요하다. ‘천사’를 존재시키기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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