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켓 - 11 22일 토 7:00am


마하트리 총리의 뒤를 이은 압둘라 바다위의 취임식 및 파티는 타 국가의 행정 수반의 교체되는 과정과 다를 수 밖에 없었다. 마하트리 총리는 자그마치 22년이나 말레시이아의 총리였다. 부총리에서 총리 자리를 넘겨 받은 마하트리에게 위기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22년전의 말레이시아는 천연 자원이 풍부하지만 원숭이와 사람이 정글에서 같이 뛰어놀 정도로 개발 안된 지역이 많았다. 그는 동방(특히 일본,한국)을 보고 배우자라고 외치며 20년짜리 국가 개발 장기 계획을 세웠다. 5년 단위로 나눠진 그 계획들은 착실히 시행되었다. 풍부한 천연 자원으로 경제 개발을 위한 총알을 마련했고, 국교인 이슬람을 앞세워 적극적으로 중동의 이슬람 자본을 유치했다. 동양에서 가장 큰 쇼핑센터 Mid Valley Mega Mall을 세웠고, Bukit Bintan Golden Triangle에는 헐리우드 스타들이 모여 만든 전세계 프렌차이즈 레스토랑 Planet Hollywood와 수 많은 명품 매장이 들어섰으며, 신도시를 마구 넓어져갔다. 전국에는 정차할 필요 없이 적외선 장비로 톨게이트 비용을 낼 수 고속도로가 깔렸으며, KL에서 남쪽으로 20km 지점의 방대한 땅을 통째로 갈아 엎어 행정 수도 Putra Jaya 와 완벽한 IT Infrastructure 가 준비된 Cyber Jaya를 만들었다. Cyber Jaya에는 전세계의 IT 기업들의 연구소와 지사를 법인세 감면이란 당근으로 불러들였다.

대부분의 경제력을 중국계 국민에게 빼앗겨 억압받던 순수 말레이시아 계통의 국민들이 일으킨 1969년 폭동(이것은 미국 LA 흑인 폭동이상이었다)을 슬기롭게 대처하고 현지인 우대 정책인 Bumi Putra를 성공적으로 정착시켰다. 마하트리는 장기발전계획과 5차 말레이시아 계획을 성공리에 마무리 한 후, 1991 Vision 2020라는 말레이시아 내의 다인종, 다문화, 다종교의 갈등 극복, 부의 분배, 일차산업의 취약성을 극복하고, 2 3차 산업으로 진입하기 위한 원대한 목표를 발표한다. 지금도 Vision 2020은 성공적으로 굴러가고 있다. 마하트리는 22년간 말레이시아의 모든 것을 뜯어 고쳤다. 그리고 22년전 자신이 권력을 이양받았듯이 부총리 압둘라 바다위에게 권력을 이양하고 물러나는 것이었다. 4년마다 선거를 통해 별처럼 나타났다 사라지는 타 국가의 행정 수반과는 역사와 여파가 다른 것이었다.

그런 상황으로 인해 바다위의 총리 취임식은 거대하게 행해졌다. 각국의 수 많은 주요 인물들이 초대되었으며, 취임식과 취임 파티는 거의 OECD 정례 회의 수준의 규모였다. 그 수 많은 외국 정부 관련 인물 및 유명 인사들 속에는 영국의 Peter 백작과 뉴질랜드 직권 여당 Works당의 차기 대표 Alex도 포함되어 있었다. 목요일 취임 파티에서 즐거운 시간을 보낸 Peter Alex 21일 금요일 오후 극비리에 태국의 Puket으로 향한다. 거래의 마지막 세부 사항을 점검하고 보고하기 위해 기다리는 Tim을 만나기 위해서였다.

 

Tim Vincent에게 전화를 받은 것은 새벽 6시가 좀 안되서였다. 어제 오후에는 Peter 백작과 Alex 차기 대표와 아주 흡족한 미팅을 했다. 회담은 거의 Tim이 주도했고, Peter 백작과 Alex 차기 대표는 조용히 듣고만 있었다. Tim은 너무 기뻤다. 지난 석달간의 진행에는 전혀 문제가 없었고, 이제 모든 준비는 완벽했다. 지지도 분석 자료는 완벽했으며, 매수/매도 계획도 확실했다. 모든 송금은 성공적으로 시작되었고, 지금쯤 지구를 한바퀴쯤 돌고 있을 것이었다. 완벽했다.

모두들 들떴다. Peter 백작은 지난 날의 화려한 과거를 지속할 수 있다는 환상에, Alex는 자신에게 다가올 엄청난 권력과 부에, Tim은 자신에게 할당될 막대한 자금에. Tim은 너무 신나 빨리 회담을 끝내고 비싼 술들과 맛난 음식, 그리고 옆 방에서 기다리는 열 명의 맛사지 걸들을 부르고 싶었다. 회담은 1시간 만에 모두에게 희망을 주며 끝났고, 두어시간 비싼 술과 음식을 만끽한 후 Peter Alex는 각각 먼저 돌아갈 것이다. 열 명의 마사지걸은 다 Tim에게 남겨질 것이다. Tim은 역시 너무 기뻤다.

 

회담 후 빈센트는 모든 자료를 잘 정리하여 SD 메모리 카드에 안전하게 담았다. 이제 그는 그 SD 카드를 자신의 모바일에 삽입하여 말레이시아를 거쳐 뉴질랜드로 갈 것이다. 누가 보아도 최신 모바일 SAMSUNG i780에 사진 저장 용량을 확보하기 위해 SD 카드를 넣었다고 생각할 것이다. 빈센트는 머리 끝에서 발끝까지 절도가 넘쳐났다. 시계의 분침과 전투용 나이프를 동일하게 생각하는 Vincent는 아마 태어날때도 분만 예정 시간에 맞춰 칼 같이 태어났으리라. 담배도, 술도 하지 않는 빈센트는 회담이 끝나자 마자 말레이시아와의 국경 도시 핫야이까지 차로 이동한 후, 일반 버스를 타고 국경을 넘어 말레이시아로 들어갈 것이다. 그 과정은 지극히 평범하여 문제가 있을 여지가 없다.

그런데 술도 안 깨는 이 아침에 전화를 해서는 SD 카드를 잃어버렸다고 했다. 아니 강탈당했다고 했다. 아니 누가 강탈을 한단 말인가? 누군가가 이 거래를 파악하고 자료를 훔쳐냈다는건가? 아니다. 그럴 일이 없다. 지금까지 누구도 눈치채지 못하게 일 처리를 해 오는 자신 아닌가. 더욱이 영국의 귀족과 뉴질랜드 집권당의 차기 대표, 파이낸스 컨설팅 회사를 운영하는 자신. 전혀 연관성 없어 보이는 3명이 자연스럽게 말레이시아에 왔고, 극비리에 태국의 푸켓으로 와서 3자 회담을 했다. 외부에서 눈치를 챘을 리는 없다. 그런 도대체 누구에게 강탈!을 당했다는 건가? 단순히 동네 양아치가 빈센트를 돈 많은 외국인으로 보고 지갑이나 모바일을 훔쳐간 것일까? 그래. 그럴 확률이 높다. 분명 빈센트도 강탈당했다고 했다. 우연찮게 소매치기나 강도를 당했을 것이다. 빈센트의 능력이면 한번에 몇 명이 덤볐건 모두 모가지를 부러뜨릴 수 있었을 것이다. 그랬을 경우 시끄러워 지거나 본인의 신분이 노출될 수도 있을 테니, 조용히 해결하기 위해 일단 그냥 보내고 추적중일 수도 있다. 그래. 그럴거야. 그렇게 생각하니 Tim은 마음이 놓였다.

Tim
이 일어나기 위해 침대의 이불을 확 걷자 어제밤에 마사지를 하던 태국 여자 2명이 곯아 떨어져 있었다. 다시 기분이 좋아졌다. 가서 커피를 한잔 마시고, 이 둘을 깨워서 즐거운 시간을 다시 가져야지하며 커피를 끓이던 Tim에게 다시 Vincent의 마지막 말이 떠 올랐다. 어제 입국해서 오늘 출국하는 녹색 여권을 가진 동양놈이라. 아마도 중국계 놈한테 모바일을 탈취당했을거야. 쿡쿡쿡. 이 탈취 사건이 Project Kairos 에 대한 것이 아니라 단순 소매치기라고 생각하니 기분이 마구 좋아졌다. 아침 7. 뉴질랜드는 이미 오전 11시일 것이다. Tim은 어제 푸켓에서 구매한 Prepaid SIM 카드를 자신의 모바일에 넣고 Alex에게 상황을 보고 하고 21일 입국하여 22일 출국하는 녹색 여권의 동양 남자를 추적해 달라고 했다. 그리고 다시 영국으로 돌아가고 있는 Peter 백작에게도 전화를 했다.

“Project Kairos
에 조그마한 변동 사항 발생. 큰 문제는 없음. 뉴질랜드로 곧 돌아갈 예정그리고 전혀 큰 일 아니라고 껄걸 웃으며 전화를 끊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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