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 그림에서 보듯이 기억은 크게 3개의 과정을 통해 작용된다. 학습이나 자극을 통해 저장된 기억은 부호화의 과정을 거치는데 이를 응고화(Consolidation)이라고 하며 응고화가 되지 않았을 경우 쉽게 잊혀지고 기억을 유지하는데 어려워진다.
인출에는 회상과 재인이 있는데, 회상은 여러 숫자를 불러주고 일정 시간 지난 후에 이를 기억하게 하는 것처럼 기억을 의식적으로 불러내는 것이다. 재인은 여러 숫자를 불러주며 그 중에 이전에 말해준 숫자를 고르게 해 보는 것이다.
기억은 그림3과 같이 구분될 수 있는데, 절차 기억은 무의식적으로 기억되고 작용되는 ‘조건반사’나 ‘자전거타기’ 등이며, 서술기억은 다시 일화기억과 의미기억으로 나누어진다. 일화기억은 특정 사건/경험으로 ‘어제 친구를 만나 무엇을 했다’ 등의 전반적인 내용을 기억하는 것이며, 의미기억은 보편적 명제나 가치를 의미하는 ‘지구는 둥글다’ ‘물건은 아래로 떨어진다’ 등이 있다. 이쯤이면 눈치를 챈 독자도 있을것이다. 왜 기억과 경험을 하나의 챕터로 묶었는지.
자, 생각을 해 보자. 절차기억과 서술기억 중 어느 것이 더 강력하고 오랫동안 기억될까? 혹은 질문을 이렇게 바꿔보자. 대부분 사이트의 로고는 제일 상단 왼쪽에 위치한다. 우리는 어떤 사이트에 가던 그 위치에서 로고를 찾고, 홈으로 돌아가기 위해 그것을 클릭한다. 아이폰의 경우는 어떠한가? 나는 아이폰을 약 3년정도 사용하고 있는데, 다른 행동을 하려다가도 무의식적으로 홈 버튼을 누를때가 아주 많다. 이와 같이 사이트 로고의 위치나 아이폰의 홈 버튼을 누르는 행위가 절차 기억과 서술 기억 중에 어느 것에 해당한다고 생각되는지 새겨볼 일이다.
나는 고객의 "기억"을 "경험"으로 옮기는 작업이야말고 U.X. 를 디자인하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고객에게 단순/반복 경험을 제공해 "절차 기억"으로 남겨줘야 할 때가 있을 것이고(로고나 메뉴의 위치), 고객의 감정(결국은 기억)에 강한 임팩트를 남겨 "일화 기억"으로 남길 수도 있을 것이며, 아주 보편적인 진리나 명제로 만들어 고객의 "의미 기억"에 무언가를 남겨줄수도 있을 것이다. 그리고 그것이 요즘 우리가 흔히 말하는 "U.X.를 고려한" 작업이 될 것이다.
누가 뭐라고 해도 U.X. 를 빼고는 최근의 Web이나 Mobile의 트렌드를 이야기하기 어려울것 같다. 오히려 모두가 너무도 U.X.를 이야기하고 있는 현실에서, 주변의 IT 기획자나 디자이너 혹은 마케터를 붙잡고 ‘U.X.가 무엇인지’ 물어보길 바란다. 모두 제각각의 대답을 내 놓음에 놀랄 수 밖에 없을것이다. 이 단어가 처음 사용된 미국에서도 조차 다양한 의견과 주장들이 넘쳐난다. 그 대표적인 것들은 아래의 그림들과 같다. ( 오래가는 웹기획 & U.X. 디자인 블로그에 상세한 내용이 있다. )
U.X. Design - Montparnas : http://www.montparnas.com/articles/what-is-user-experience-design/
U.X. Honeycomb - Peter Morville : http://semanticstudios.com/publications/semantics/000029.php
The Elements of U. X. - Jesse James Garrett : http://www.jjg.net/elements/pdf/elements.pdf
UPA Poster: Designing the U. X. : http://www.mprove.de/script/00/upa/poster.html
U.X. - IBM Customer Facing Solutions : http://www.customerfacingsolutions.com/offerings/ourapproach.html
위에 있는 그림들을 포함해 유명한 14개의 U.X.를 도식화한 그림들이 모두 U.X.에 대해 훌륭하게 정리를 하였지만, 필자는 아직도 무언가 부족하다고 생각한다. 여러분은 어떤가 ?
우리의 경험에는 저 그림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더 많은 것들이 포함될 수 있다. 붉은색 로고에 거부 반응을 보이는 사람도 있을 수 있고, 왼손/오른손잡이에 따라 모바일앱의 메뉴 위치가 불편할 수도 있다. 소셜에서 활동하는 사람들의 정치적 성향은 2012 대선을 통해 증명되었으며, 페이스북과 트위터 중에 유독 한가지만 사용하는 사람도 주변에 얼마든지 있다. 포탈사이트의 유료 검색어 판매가 싫어 절대 클릭하지 않을수도 있고, Web Award를 받은 웹사이트가 예.쁘.지. 않다고 느낄수도 있다. 이 모든 것들이 지극히 제 각각인 “형이상학적” 어휘와 성향들이며, 개인의 살아온 삶이 통째로 녹아있는 “경험”이기 때문이다.
이제 이렇게 정리를 해 보자. User Experience = 사용자 경험의 총 합. 그리고 경험은
[형이상학적 요구사항] +
[극히 주관적인 느낌과 기억] +
[시스템/기술적 제반기술의 적용 및 활용] +
[비즈니스/서비스전략] +
[Visual/사용성]
등이 하나로 어울어지는 것이다. 즉 U.X. 라는 것은 사용자의 오감 및 기억, 지난 경험은 물론 사회적 통념이나 문화적 유산까지도 포함할 수 있는 광범위한 개념이다.
이렇게 광범위한 개념을, 특히 우리나라에서는 Visual 부분에만 집중해서 조명하는 경향이 있는듯하다. ‘U.X. 디자인’ 이라는 표현이 틀리다고는 할 수 없으나, 전체의 일부라고 말하고 싶다.
결국 기획자가 어떠한 형태의 최종 산출물을 내놓던 그것은 위와 같은 것들이 모두 포함되었을 것이고, 그 포함의 정도가 농밀할수록 고객은 만족도를 느낄 것이다.
이런 User Experiences, 즉 "사용자 경험"이 내가 "인문학과 기술이 만나는 접점에서 IT 전략과 기획을 이야기합니다" 라는 주제로 연재하는 모든 이야기를 관통하는 핵심이 될 것이다.
Part 0. 전략/기획/컨설팅의 구조 : IT 전략과 기획을 고찰하다.
IT Philosopher Justin from Philosophir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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