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그녀의 가슴이 좋았다. 함께 누울 때면 언제나 그녀의 뒤에서 그녀를 안고 한 손으로 가슴을 만지는게 좋았다. 어린 계집 아이가 좋아하는 인형을 언제나 안고 자듯, 약간은 웅크린채 그렇게 그녀의 가슴에 묻히길 좋아했다. 그것은 크기나 모양의 문제가 아니었다. 가슴은 안식처이자 고향이었다. 그녀가 떠났다. 가장 먼저 든 생각은 다신 너를 볼 수 없다거나, 이제 외롭다거나 하는 것이 아니라 돌아가 묻힐 수 있는 가슴이 없다는 것이었다. 다른 가슴을 찾아 헤매였고, 힘들고 허전했다. 손에 있는 소중한 장난감을 빼앗긴 어린아이처럼 불안해했다. 그런 불안함으로 인해 마시는 술이 늘어만 갔다.
그렇다. 나는 가슴에 중독되어 있었던 것이다.  


마셨다. 계속 마셨다. 너를 마셔 내가 오늘 밤, 깨지 않고 잘 수 있다면 나는 내일 아침 토악질을 또 하더라도 마시겠다. 마셔야만 했다. 다음 날이 되면 숙취로 고생하지만 그로 인해 난 내가 아직도 살아있다고 느낄 수 있었다. 아픈 머리와 뒤집어지는 속을 부여잡고 있는 그 순간만큼은 다른 무엇을 생각할 여력이 없었다. 두통이 가라 앉고 땅거미가 질 무렵이면 담배를 손에 들고 나는 또 술을 마시기 위해 나섰다.
그렇다. 나는 술에 중독되어 있던 것이다.


호리호리한 너의 체형. 하얀 순백의 살결. 언제나 손을 뻗으면 닿는 너, 자신을 뜨겁게 태워 희생하며 내 속으로 들어오던 너... 너는 언제나 그렇게 내 곁에 있었지. 가끔 붉은색의 다른 옷에 반하여 혹은 다른 냄새에 반하여 다른 이를 취하기도 했었지만, 결국 옷과 색에 상관 없이 너는 1000도의 고열을 내며, 그 짧은 시간에 너를 태워 나에게 들어왔지. 나의 위는 비어도 나의 폐는 채워야했다.. 언젠가 내가 너를 내 뿜는 모습에 그녀는 내가 세상 고민을 다 짊어진 것 같다고 말했다. 얼마전 나처럼 그렇게 너를 태워 자신 깊숙히 들여마시는 그녀가 나타났다.
그렇다. 나는 담배에 중독되어 있던 것이다.


어느날 문득, 그렇게 너는 나타났다. 정말 예상도 하지 못했던 곳에서, 어느 순간 나타났다. 그 등장은 너무도 자연스러웠고, 너무도 자연스럽게 다가오는 너. 너는 현란한 말솜씨로 살짝 감추려 했었지만, 너의 기저는 내가 읽은 너였다. 내가 읽은 너와 다가오는 너가 너무도 닮아서 스스로도 소스라치게 놀라곤 했다. 너는 그렇게 나타나서 나의 마음을 잠식해 갔다. 이 생각이 너의 생각인지 나의 생각인지 혼돈스러워 지난 너의 글을 자꾸 꺼내 읽었다.
그렇다. 나는 너에게 중독되어 있던 것이다.


나는 가슴에 중독되었고,
나는 술에 중독되었고,
나는 담배에 중독되었고,
나는 너에게 중독되었다. 


나는 지금 이 순간에도 무언가에 중독되어 가고 있는지도 모른다. 과연 내가 중독된 것일까...


혹시 나는 나의 과거에 중독된 것은 아닐까 ?


Philosophir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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